도서리뷰/호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저자 배윤민정

PeanutDog 2024. 5. 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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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일화를 알게 된건 신문 기사였는데 실제 책을 읽기까지는 몇년이 걸렸다.

단순히 개인의 에세이였기에 뭐 얼마나 대단하겠나 그냥 집안에서 서로 얼굴 붉히고 끝냈겠지 싶었건만 너무나도 정석적인 개인 가정사이자 인권운동이어서 굉장히 놀랐다.

 

이른바 저자의 시가는 2019년 기준 시가 기준으로는 나름 진보적이라고 자기들끼리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인데

 

시부모

형 동생 

이렇게 이루어진 4인가족에서 형과 동생에게 각각 아내가 생기며 6인 가족구성이 되자 갈등이 생긴다.

 

 

 

나도 이 가족 호칭 문제에 대해서는 교과서에서 배울때 불만이 많았지만

내가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우리집이 큰집이다보니 어떻게 보면 호칭에서는 배분(?)에서는 꿇릴게 없는지라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한게 없어서 생각해본적이 없는 사안이기도 했다. 

 

적어도 내가 결혼해서 며느리만 안되면 주고받을 일이 없는 호칭이니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결혼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자신은 누구에게나 이름으로 하대받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자기만 누구에게나 ~~님으로 높여부른다는 것이다.

 

며느리,새아기,00아, 제수씨,올케

 

어머님,아버님,아주버님,형님,도련님, 아가씨

 

무슨 조선시대 몸종도 아니고 부르는 명칭들이 죄다 왜이리 계집종 하는 거 같은지

새삼 우리나라 호칭 구조가 문제가 많다 싶었다. 

 

저자역시 처음에는 주변을 먼저 살폈다

나만 불편해?라고 물어보는게 여자들의 가장 최우선 행동이다

 

주변은 그냥 호칭을 흐린눈하고 안부른다, 화를 삭인다로 끝났는데 저자는

가정의 일이니 가족끼리 얘기해보면 되지 않을까하는 간단한 결론을 내린다.

어떻게 보면 유쾌하고 호탕한데 이러한 시도가 의도치 않은 분란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사유가 너무나도 공감된다.

"무슨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불필요하게 무언가를 참고 견디기에는 그 시간이 아깝다"

게다가 저자는 나름 관계를 좋게 꾸리고 싶은 의지도 강했다.

그냥 "시"붙은 사람들과는 상종마라는 조언에도 "서로를 알기도 전에 먼저 벽을 칠필요는 없다. 선입견으로 어떤 특정 사람들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정하고 관계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나름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몇개월 이상의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냈더니 시어머니의 반응은 좋다.

그러나 형 부부의 반응이 꺼름칙하다. 형님이란 자는 아예 메시지를 무시. 형은 아래에서 시건방지다는 입장이다.

 

시가의 반응은 대체로 이런식이다

별것도 아닌 호칭으로 가족 분란 만든다.

호칭도 시간지나면 바뀌겠지만 지금은 네가 어찌할 수 있는게 아니다

대수롭지 않은일가지고 생각하지 말라.

 

>가족 누군가가 불편하다는데 별거아닌 가족간의 호칭 하나 바꾸는걸로 왜케 변명이 많은지 모르겠다.

 

물론 그와중에 각 당사자들도 자기 나름 호칭으로 기분 상한건 또 있었다.

동갑인데 내가 형님이라 부른다던지 그런 것들.

 

저자가 이래저래 노력할 당시 문제는 한국사회는 중립적인 호칭이 없다는 것이다.

 

형 부부와의 갈등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되는데 

맨처음엔 아내를 방패로 아내가 불편해하고 자기는 괜찮은 듯한 태도를 취하던 두형제가 서로 말싸움을 하며 결국 형 자신이 불편했고 아내도 불편했다고 변하고 있었다.

형의 아내는 끝까지 아랫것과는 입씨름, 상종안한다며 메시지에 답장도 하지 않고 제대로 대화를 하는걸 거부한다.

 

갈등은 극으로 치달아 재현이 아랫사람이 아랫사람답게 처신 안한다고 막말을 하고 난리를 치게되는데

여기서 문제는 결국 구조다.

 

 

형네 부부입장에서는 일반적인 구조하에서 형 부부가 같이 존대도 써주고 시혜적인 태도로 맞춰주고 있었는데 호칭까지 바꾸자며 맞먹고 들려는 동생 부부, 특히나 제수씨가 괘씸한 것이다.

이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 단순 한 가정 내에서도 얼마나 힘든지 저자의 에세이 안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화를 내며 말하는 형의 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여자들이 우위라는 남자들의 시혜적인 태도도 잘드러난다.

 

-우리집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존중받는다

>단순한 모바일 대화방조차 남자들과 엄마만 속해있고 며느리는 배제된 상황이다. 발언권은 남자에게만 있지만 어쨌건 여자말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준다는 시혜적인 태도에서 여자들이 더 존중받는다 우리는 남자의 권리를 좀 덜 누리고 있다는 태도가 있다. 

아마 우리나라 남자들이 말하는 여성 우위 세상이라는 것도 이런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

남자들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 중 몇가지를 좀 내어줬는데 괘씸하게 반반소리한다는거다.

 

 

저자가 1인 시위를 하며 의견을 모았을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조했지만 국립국어원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식으로 회피한다. 트젠 논의에서는 수술하든 말든 다 마음으로 여자된다는거 인정해준다던 진보적인 사법부가 떠오른다. 막상 여자의 자기 권리, 정당한 임금 등 여성 차별에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고 여자는 나설때까 아니라고 말하는 비겁한 것들과 똑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지만 본문에서도 '형'은 가정내에서 불란만들지 말고 인권운동이나 하라고 빈정거리는데 원래 인권운동은 가장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는 거다. 그리고 그 '사소하고 별거아닌 호칭'가지고 몇년 끌어가며 너만 참으면 된다고 윽박지르던 남자들이 할말은 아닌거 같다. 그렇게 사소했으면 그냥 1초만에 ok하면 된거 아닌가 싶다.

 

항상 무력하게 지냈는데 내가 너무 편하게 인권운동을 하려고 했던게 떠오른다.

원래 약자의 말은 모두가 무시하는 법이다.

지금 수혜받는 입장에서 자기가 누리는 권리를 내어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난리를 쳐야한다.

 

저자처럼 1인시위를 하던 기사를 내던 아니면 운동을 위한 컵이라도 제작해서 나눠주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던간에 말이다.

너무 뜻밖에 많은걸 배운 책이었다.

약자라면 꼭 읽어야 되는 책이라고 본다.

어떻게 가장 사소한 곳에서 인권운동이 시작되고 

수혜받는자들의 머리속이 무슨 생각인지, 그리고 그 구조속에서 왜 별거아닌애들끼리 얼굴붉히며 싸우게 되는지도 말이다.

가장문제는 남성 가부장제 구조안이지만 결국 그 구조가 유지되는건 수혜받는 자들이 그 수혜를 누리고 계속 그 구조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여성차별을 개무시하는 한국사회처럼 말이다. 

 

 

 

뭔가 읽으면서 너무 할말이 많은 책이었는데 너무 할말이 많아서 정작 쓸수있는 말이 별로 없는 책이었다.

좀더 문장력이 좋아진다면 다시한번 리뷰를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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