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책은 배움의 발견.
읽고나서 한줄 소감은 차라리 소설이었다면 더 편하게 읽었을 책이다.
교육받지 않은 여성이 어떻게 남성들에게 억압되고 순종이 요구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이 결국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세울 수 있게 된 것에 굉장히 위안을 갖는다.
본 책은 육체적 힘도 밀리고 배우지도 못한 여성이 어떻게 착취당하고 폭행에 시달리고 억압되는지를 저자인 타라와 그 자매, 엄마를 통해서 보여준다. 결국 타라의 가족들은 모두 아버지의 정신병과 폭력적 억압으로 고통받는 피해자이지만 또한 아버지를 시작으로한 폭력적 억압이 비정상이라고 말하며 가정의 안정성을 무너뜨리려는 타라를 비난하고 가족에게서 축출해내려는 가해자들이기도 하다.
애초에 소개받았을때에 한줄평으로 된 글만 보고 책을 구입했던 터라 이런 내용인지 모르고 읽었기에 당황했다.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교육받지 못해 무지했던 저자가 어떻게 공부의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상태를 개선해나가는지에 대한 즐거운 배움의 발견과 같은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저자는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버지와 오빠의 폭력에서 학대당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 더 많다.
생각이 너무 많고, 할말이 많아서 글이 중구난방이다. 이 책을 보며 내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떠올랐다. 나중에 다시한번 읽으며 새롭게 독서 리뷰를 쓸 에정이다.
몇명의 인물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책의 내용을 최대한 덜 언급하긴 했지만 결국 스포일러가 되니 주의바란다.
1. 타일러
책을 소개받아서 읽고자 했을때 내가 기대했던 내용은 아마 그 오빠인 타일러의 관점에서 더 잘 나타났을 터였다. 아버지의 폭력성 때문인지, 아니면 형들 사이에서 맞고 자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타일러는 말더듬 증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받겠다는 열망으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쓰고 집을 나서서 가족들이 말하는 '주류'이자 진짜가 아닌, 정상이 아닌 사람들에게로 합류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타일러는 스스로를 구원하긴 했지만 아예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자신의 동생들이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강하게 나서거나 돕지는 않고 집을 떠난다. 아버지라는 보호자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강하게 끌고 나가서 애들을 학교에 보냈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다. 다만 혼자서 먹고살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건 이상적인 상상에 불과하니 뭐라 할 수는 없었다.
2. 숀
책을 읽을 때 가장 할말이 많았던 인물. 여성혐오가 심하고 자신의 남성성 과시라는 맨박스에 갇혀 있는 인물이다. 숀도 분명 아버지의 피해자이긴 하지만 자신의 육체적 힘으로서 여자들을 학대하는 폭력적인 가해자가 되었다.
맨처음 타라가 숀을 묘사할 때부터 숀은 자신의 육체적 힘을 믿고 나대는 소위 동네 깡패, 학교라면 일진 느낌의 사람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남성성 과시로서 괜히 쏘아보고 언제든지 주먹질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걸 끝없이 표출한다. 그러나 타라와 단둘이 있을때면 부드럽게 웃어주는 좋은 오빠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단꿈은 숀과 함께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깨진다. 어릴때 자신의 맘에 들게 행동하지 않으면 타라를 때리고는 다음날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방식은 가정폭력 남편과 동일한 양상이지만 힘없고 혼자 살 수 없는 미성년 타라는 숀을 용서할 수 밖에 없다. 아버지 앞에서는 타라를 때리지 않는데다가 어머니는 숀을 말릴 힘이 없으니 침묵할 뿐이니까.
또 숀은 여자들에게 이상하게 행동한다. 에밀리가 숀과 함께하기를 원할때 숀은 에밀리에게 음료를 사오라고 하는데, A음료를 사오라고 해놓고는 자기가 B음료를 사오라고 했다며 화내고 막상 에밀리가 A를 다른사람에게 주고 B를 사오자 자기는 이제 A를 먹고 싶고, 그걸 준 사람에게서 뺏어서 자기를 주지 않으면 안마시겠다는 억지를 부린다. 그리고 그러한 '테스트'를 계속 반복해서 에밀리가 그리고 숀과 함께하려는 다른 여자들이 자신의 말에 순종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테스트는 나중에 타라에게도 이어지는데 어릴때에야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뜻에서 힘으로 무릎꿇려서 팔을 부러뜨리려는 위협이었지만. 타라의 몸이 여성호르몬으로 변하는 15살 즈음에는 타라의 행실이 좋지 않다며 창녀라고 부르고 너도 다른 여자들 처럼 더럽다는 폭언을 가하고 변기에 얼굴을 누르는 고문적인 폭행들을 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라는 계속 이러한 숀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숀의 폭행와중에도 장난이라고 인식하기 위해 웃음을 띄우는 행동을 한다.
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책 절반을 차지 하며 타라가 스스로의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도 숀의 행동들이 너무 전형적인 가스라이팅과 폭력의 전형이라 생각했다.
3. 엄마
나름 교육받고 정숙한 집에서 자란 엄마는 억압적인 집 분위기에서 야생마같은 아버지 진과 결혼하며 달라진다. 문제는 진이 숀처럼 아마도 여성에게 순종을 기대하는 남자였을 거고 그래서 엄마는 억압받는 것에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돈벌이를 하면서 아버지에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뜻 내에서만 행동할 뿐이다. 엄마가 유일하게 집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긴 하지만 엄마는 결국 교육을 반대하는 아버지 뜻에 무기력해지고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아버지를 옹호한다. 타라에게도 교육과 대학을 가라는 뜻을 보였다가 나중에는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것을 더 중시하라고 한다. 또 결국에는 집안의 문제에 대해 나서서 말하는 타라를 비난하고 타라를 가족에서 축출한 아버지를 옹호하며 타라를 만나지도 않는다.
읽으면서 참 답답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자신의 자식들이 교육도 받지 않고 아버지를 따라 일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희망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말하던 수많은 인류 종말론은 단하나도 맞지 않았고, 그저 다치는 순간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고통받는걸 보고 겪었을 뿐이었는데 왜 그리 남편을 맹신했는지 모르겠다.
분명 남의 상황에 대해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다. 나는 그저 왜 저들이 저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가해 행동은 교육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숀과 같은 가해자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란걸 판단하고 그 행동들을 정의하는 건 배우지 않고서는 힘든일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피해자, 약자는 배우지 않으면 자신의 상황을 정의할 수 없다. 끊임없이 자신의 상황에 체념하고, 자신에 대해 의심하며 결국 자기 혐오를 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저렇게 되지 않게 막으려면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아버지의 행동은 그저 정신병의 문제였지만 억압으로 순종하게된 여성은 저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 숀과 같이 본능적으로 여성을 가스라이팅하고 폭력으로 억압하는 남자들에게서 여성들이 고통받지 않게 하려면 여성들에게는 어릴때부터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지에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가해자의 행동은 언제가 간단하지만 피해자는 그 피해사실을 정의하고 가해를 피해가기위해서는 많은 고육이 필요하니까.
이 책은 약자로서 교육받지 않는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많이 배우고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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