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는 화가난다는 문장이 계속 반복되지만 시라고는 생각못했는데 시인이라고 소개되어있어서 아 이런 산문시도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또 글이 목차가 없이 짧게 이어지는걸 보면 시였어서 이렇게 편집된 거 구나하고 알게되었다.
책은 전방위적인 고발서같은 느낌이다. 단순히 화가난다, 분노한다고 해야할지 그 안에 실망,당혹,슬픔 등이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자는 무언가의 단점, 잘못된 점을 꼬집는다.
이걸 단순히 모든 면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걸로 말하는게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말에서 꼬집는 면면들에는 분명 장점이 존재하면서도 그에따른 단점또한 존재한다.
여자는 장점도 알고있겠지만 문제제기를 위하여 화가난다고 말한다.
어디에서나 고발이라는 것은 환영받지 못하기때문에 대쪽같이 나쁜점만을 일깨우는 책에는 쉽게 반발심이 생긴다.
특히나 여자는 서구사회, 한국보다 잘사는 사회에서 나름 입양가정에서 사랑을 받아 자란 거 같고 실제로 양모는 계속 여자와 함께 해준다.
그렇기에 덴마크사회에서도 내 세금으로 지원받아놓고 뻔뻔하다는 시각과 입양아들의 말을 들어야된다는 시각으로 나뉘는 것 같고 극단적으로는 이름만 알던 사람이 직접적으로 비난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내가 많이 봐왔던 해외입양 다큐멘터리 처럼 친부모나 그 형제자매들이 그렇게까지 여자를 친근하게 대해준 거 같지는 않다. 고발서같은 상황이라 단점만 말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입양간 동생의 존재를 알리기 싫어서 한국에 와서 지내고 있는 저자를 초대하지도 않았고 김장을 배우고 싶다는 직접적인 부탁에도 여자에게 음식을 하는 법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들이 하는 부탁은 돈을 대라거나, 조카의 영어 과외를 하라거나, 조카의 미국 유학에 돈을 대라는 것 뿐이다.
여자의 태어날 때부터의 빈공간, 그 빈자리의 공허함에 대해서 나는 알지 못한다.
여자는 분명 여러가지를 경험했을 것이다. 양모가 입양할때에도 그나마 피부가 하얀 편인 아이를 골랐으니 살기가 나을거라고 생각했던것도 그렇고 백인 틈에서 지내는 것은 결코 편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이란 나라는 어찌보면 아시아인으로서 인종차별에서는 아무래도 무감해질수밖에 없는 환경이니까.
백인선망이 있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인종이라고 차별받는 걸 느끼기는 어려운 나라니까.
어떻게 보면 갈라파고스화되었지만 그래도 나름 백인처럼 유세떨며 인종차별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다.
그리고 또한 여자의 끝없는 소속감에대한 공허도 알지못한다. 나는 입양아가 아니고 여자에게는 자신을 사랑해주려고 선택한 양부모와 자신을 남자아이가 아니고 그와중에 딸을 더 키울 수 없는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버린 친부모가 있으니까.
게다가 친부모는 그를 찾지 않았다. 여자가 갑자기 찾아와서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뿐이다.
전세계에는 진정한 어머니, 가족이란 이런것이라는 신화가 있는 거 같다.
그건 남녀간의 로맨스의 환상만큼이나 뿌리깊어서 그러한 신화에 근접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분노하게 하고, 수치스럽게 만들고, 슬퍼하고 공허하게 만든다.
양모의 주변인들은 입양딸이 양모와 닮았고 행동양식이 닮았다고 위로한다.
어떠한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립서비스로 해결해준다는 듯 노력해도 이러한 주변인들의 행동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심리학자는 자신이 상담한 입양인들은 모두 타인에게 거부당할까 두려워했다고 말한다. 타인에게 거부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다보니 친구들이 함께 놀자고 손을 내밀때까지 홀로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다고 말이다. 이러한 심리적 문제점은 어쩌면 양부모에게 선택을 받았던 과거 경험에 기인할 수도 있다고 여자는 생각한다. 어쩌면 그들은 친구와 지인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여자는 책에서 "덴마크식 인종차별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식민지화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나 존재적으로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았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파농의 이방인 효과, 즉 문화적 소외의 의견에 더하여 피지배자는 식민지 지배 권력과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하거나 스스로를 원주민화 하여 지배 권력을 전적으로 거부하거나 하는 두가지 선택지를 마주한다는 김 수 라스무센의 견해를 들려준다.
책은 분명 깔끔하지만 어쩐지 읽으면 읽을수록 여자의 복잡한 속내 만큼이나 난잡하다고 느껴진다.
더불어 여자가 입양될 시기의 한국 입양은 입양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이 산업이 되고 있어서 부모들이 잠시 맡기고 간 아이도 전부 그냥 팔아버리는 시기였다. 정말로 고아인지 아니면 잠시 맡겨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며 고아가 아니면 입양아로 받아주지 않기에 한국에서 전부 고아로 서류처리했다는 말에는 한숨이 나왔다.
복잡한 마음으로 썼던 글이다보니 7년에 걸쳐 완성된 것인데 글자체가 길거나 복잡하지 않기때문에 후루룩 읽기 좋았다.
하지만 보면서도 이래저래 불편했던건 여자가 너무나도 솔직했으며 어떻게 보면 고발적이어서 나는 알지도 못하는 양부모는 정말 괜찮았을까? 등등의 이런저런 생각과 문제제기와 해결책까지 제시한 논문이 아닌 단순한 고발서같은 글이기에 입양이 안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할건가라는 의견들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아마도 저자가 원했던것도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과 의견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2007~2010년 한국에 거주하면서 책을 썼고 한국외대에서조차 덴마크어 학과는 없으며 스웨던어를 주로 배웠기에 전문번역가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덴마크어로 쓰여진 '여자는 화가 난다'의 문장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가 좀 궁금했다. 아무래도 원어랑은 그 의미가 다를테니까.
읽다보면 불만만 엄청 많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불편감이 든다는 건 분명 내가 이러한 곳에서는 불편을 느낀적이 없는 사람이기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제시를 한것에 같이 생각을 하고 의견을 제시하는게 중요하지 네 말투가 불편하다는 논리는 그저 싸움만 될뿐이니까.
게다가 책에서도 나오지만 정말 사랑받는 양부모를 만나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지만 양부에게 성폭행당하거나 친자식이 생겨서 버림받고 방황하는 입양아도 많았다. 그들의 처지에 대해서는 입양했으니 더이상의 사회적 지원이나 도움이 없다는 것도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문제이다.
인종이라는 건 정말로 복잡한 문제이다. 단순히 자신의 나라 전통 옷을 입어봤다고해서 그 나라에 대한 기억이 생기거나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니까. 입양에 대해서도 좀 더 신중해지는게 맞다. 나는 단순히 좀 더 좋은 가정에 입양되는게 고아보다는 낫지 않나는 생각을 했지만 입양아의 시선에서 그러한 문제를 좀 더 잘다루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책이 나오고나서 입양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들었다.
불편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원래 누군가의 피눈물, 피로 세상은 발전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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