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지음

PeanutDog 2024. 2. 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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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여초가 좋다 남초가 좋다 아니다 성비는 반반이 좋다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된다. 개인적으로는 정신건강한 여성들만 있다면 여초가 좋았다. 남초에서 있을때 나는 그냥 여직원이었고 그냥 회사자원으로 소비되고 성과는 빼앗기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나마 연봉 상승도 보장되고 좀 여유있게 일 할 수있으려면 남자가 일정 비율 있어야 가능했다. 

여초직장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트래킹과 과중한 업무와 숙련된 능력자가 고난이도의 경력으로 1분1초를 쉬지않고 짜내야 칼퇴를 겨우 하거나 약간의 야근을 하고 업무를 마칠 수 있는 고난도의 업무가 많았고 물론 돈은 안됐다. 

남초직장은 보통 여유롭게 일하면서 시간도 많았지만 남자들끼리의 서열 기싸움으로 등이 터져나갔다. 그럴떄는 여초의 업무적 바쁨이 그립더라. 차라리 일로 바쁜게 정신적으로 차라리 나으니까.하지만 남초에서는 여유롭지만 여직원에 불과하다는 멸시와 조롱 남자후배가 나를 무시하는 당연한듯한 그 모습들이 나를 절망에 빠트렸다. 일하는거에 비해 돈은 받지만 그래봤자 당연히 성과는 커녕 해당 업계에서는 낮은 수치. 남초에서 인정받으려면 정말로 세기의 천재급으로 능력자인 여자들이나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저런 생각들로 지쳐가는 직장인인 나는 요즘 그냥 어디론가 도망치고싶다 떠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책이 눈에 들어왔다. 읽자마자 어찌나 주변 여성들, 그리고 나의 인터뷰를 누가 대신 해준거 같아서 마음이 울컥한다.

딸이니까 당연히 집안 모두의 자원으로서 간병에 소모되고 집안일에 소비되고 딸의 재산은 가족의 것이며 언제든 마음대로 팔아도 되는 그런 공공의 것. 하지만 딸이 그에 대해 항의하면 이기적이고 지만 아는 나쁜년.

간병따위 하찮은 일이지만 딱히 돕지도 않고 딸만, 혹은 엄마 혹은 며느리만 착취하는 가부장제의 모습.

돈을 못벌어서 미안한 아버지가 아니라 자기를 무시한다며 기분에 따라 화풀이하며 뭐하나 트집잡아서 자식을 때리는 비열한 가부장의 모습.

기껏 후배랍시고 가르쳐놨더니 남자라고 선임인 나를 제치고 후배가 승진하고 연봉도 높여놓은 사회 속 남자카르텔.

그리고 그러한 성차별 속에서 여자는 가족의 지원 없이 대학을 다니고 모든 비용을 자기가 감당하면서 공부와 일로 살아왔음에도 유급과 휴학으로 흘려보내는 시간들은 내가 그냥 '놀면서 보낸 것'이며 내가 '멍청해서 그렇다'고 폄하하게 만든다.

가족들의 괴롭힘에 도망쳤지만 가족이 있으니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여성의 사례도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4촌이내만 결혼 금지라니 가부장적인집안,집성촌에서 어떻게 잉여남자친척들을 해결할지가 눈에 보여서 반대다. 

여성에게 '쉼'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 재충전의 시간이 아니라 '뒤처짐의 시간'으로 의미화된다는 구절에 무릎을 쳤다. 게다가 그런 과정에서 생겨난 자기 혐오로 파생되는 과거에 대한 후회 그리고 자기를 받쳐주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원망 들도 모두다 연관되어있다.

나 역시 딱히 인정해주지도 않는데 계속 인정받으려고 미친듯이 몰아붙여 일을 하는 경향이 있었고 실제로 그냥 소모되고 소비될 뿐 남는 것 없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홀로 타버리는 상황이었으니까.

힘을 좀 빼보고 지금처럼 열심히 살되 어떻게 하면 나에게 좀 더 이득일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인간답게 여유롭게 살지 어떻게 하면 나자신을 돌아보며 살 수 있을지를 탐구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을 둘러싼 모든 구조적 문제가 단순히 개인 문제로 치환되는 사회에서 더이상의 직접적인 착취를 반대하는 청년들은 당연하게도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뭐 결혼 환상이 있다 한들 제코가 석자인데 무슨 가정이겠어.

출생률이고 뭐고 일단 결혼이 여성에게 나쁜 거래인 상황에서 해결책은 여성을 위한 정책뿐이지만 어느누구도 여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니 뭐 좋아질일은 없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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