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병원에서 죽는것이 맞는가?에 대한 질문, 단식존엄사 리뷰. 저자 비류잉

PeanutDog 2024. 8. 4. 11:01
728x90
반응형

나는 원래도 편안한 죽음에 관심이 많았다. 아니,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항상 무병단수를 외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게 고통이라는 것에 있다.

어릴적부터 죽음에 대해 지레 겁먹고 두려워하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무서워하는건 죽지못해 사는 거였다.

물론 지금은 뭐 살고 싶어서 사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아프고 고통에 차있는 데 살고 싶지 않다는게 가장 컸다.

그래서 항상 집에서 자면서 내가 죽는지도 모르고 죽고싶다는게 내 소망이다. 

 

저자는 대만의 재활의학과 의사로 남편도 의사, 장남도 의사인 의료인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정말로 의료로 사람의 목숨을 계속 무의미하게 연장만 시키는 것이 환자에게 좋은 것인가를 고민한다.

 

특히나 처음부터 그는 다음과 같은 상황들을 설명한다.

1. 80퍼센트는 병원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가 사망한다.

반세기전에는 대다수가 집에서 임종했는데 요즘 의학이 발달하면서 온몸에 튜브를 꽂고 고통스러운 처치를 하다가 차디찬 병원에서 죽는 사람이 대다수가 되었다. 

 

2.사망 전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보내는 여명이 8년에 달한다.

대만 2020년 전국 평균 수명은 81.3세, 남성은 평균 78.1세, 여성은 평균 84.7세. 이 수명에서 건강하지 않게 보내는 여명이 8.47년이다. 급사사례를 제외하면 와상기간이 수십년에 달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무의미한 생존에대한 고통에 감정이입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세계 각지에도 비슷한지 일본의 마쓰바라 준코는 [장수 지옥]이라는 책에 이러한 이야기를 담았다. 

 

3.사람들은 죽음 이야기를 기피하고, 삶과 죽음이라는 큰일에 대해 미리 의논하거나 당부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죽음이야기를 기피한다. 사후 절차, 재산, 기부 그리고 연명치료 금지 등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으니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그 고통은 가족에게도 환자에게도 배가 된다. 

또한 단식존엄사든 연명치료든 결국 당사자와 가족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평소에 해당 논제를 잘 말해두어야 막상 아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어떻게 할지를 서로 결정할 수 있다. 

 

4.당사자가 존엄하지 못한 삶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더라도 가족이 꼭 그 바람대로 하지 않는다.

서양은 몰라도 아시아권은 다 비슷한 거 같다. 실제로 본인이 정정할때 연명치료금지에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가족이 반대하면 환자의 의사는 무시된다. 그리고 추후에 정말 가망없고 무의미하게 환자와 가족모두 고통만 받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환자를 살리고 싶어서, 놓지 못해서 붙들고 있던 가족도 왜 연명치료 금지를 무시했냐며 가족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의학은 정말로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는데에는 발달했기 때문이다.

 

5. 안락사를 위해 원정 가는 일은 비인간적이다. 

나도 스위스로 가서 안락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조금 희망을 가지고 있다. 추후 갈 수 있다면 해당 금액은 저축해둬야지 하는게 내 결심이다. 그러나 저자는 조국에서 편안히 집에서 죽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 

 

6.장기 간병으로 심신이 지친 나머지 가족을 살해하고 양심과 법의 제재를 받는 상황은 인간 지옥이다. 

뉴스에 꽤 자주 볼 수 있는 기사가 수십년 간병 후 가족살해인데 이는 간병을 받는자, 하는자 모두에게 너무나 지옥같은 일이다. 

 

7.의사는 사망을 의료 실패로 여겨 무의미한 의료가 이루어진다. 

저자는 의사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부정적이지만 의사중에는 환자를 '포기'하고 살리지 않으려는 이러한 존엄사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본인만 유지하면 좋은데 존엄사를 원하는 환자들에게도 관련 의사를 소개하지 않고 무시하는 의사들도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덧붙여 대만 중환자실에서 20퍼센트에 이르는 자원이 무의미한 의료에 사용되어 건강보험 부담을 늘이고 다른 환자들이 응급 치료를 받을 기회를 간접적으로 박탈하고 있다고 적었다. 

 

8.삶의 의미를 잃고 고통만 남았을때, 자주적 존엄사의 권리는 엄격한 법률의 제한을 받는다. 

존엄사에 대한 본인의 자주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옳은것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자주 논의가 필요하다. 

 

책의 본문은 저자의 어머니의 단식 존엄사에 대해 블로그에 적었던 내용을 책으로 보완해서 펴낸것이다. 저자의 어머니는 소뇌실조증에 걸려 점차적으로 자율성을 잃게 되었으며 항상 딸에게 말년에 고통스럽지 않게 안락사를 원한다는 말을 해왔었다. 

 

저자는 단식으로 '자연사' 하는 것이 끔찍하지 않다는 사례를 알린다. 

1990년 아흔여섯이었던 현명하고 독립심 강하셨던 지인이 거동이 불편해 매일 방에만 있으니 사는게 아무의미없다고 느껴져 음식을 끊고 세상을 떠났다는 사례였는데, 저자는 어머니의 존엄사를 고민하면서 단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비참하지 않으며 병원에서 '의료사'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2019년 삶이 더이상 아무의미가 없고 고통스러우니 언제든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이에 저자가 관련 도서를 추천하자 어머니는 이듬해 생일이 지나고 단식 존엄사를 결심한다. 

 

저자의 시아버지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치매에 걸리고 12년간 와상상태로 간병을 받았으며 시어머니는 시아버지를 돌보며 적극적인 의료치료는 하지 않고 기관삽관은 하지말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한 당신도 죽을 때 이렇게 '질질 끌며'죽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저자의 남편은 저자가 서서히 단식하며 존엄사 할 수 있다고 알렸으나 이러한 죽음에 대해 논의한적이 없기에 결국 시아버지는 12년 와상상태로 자다가 사망하며 해당 고민이 끝나게되었다. 

 

하지만 단식존엄사를 마음먹은 시점은 보통 '아직 정정'할 때다. 그러니 저자의 가족들도, 저자도 최대한 좀 더 어머니가 늦게 가셨으면 하는 의사를 보이나 어머니의 굳은 결정에 결국 동의한다. 

저자의 어머니의 투병기간 20년, 2020년에 마침내 어머니의 단식존엄사가 결정된다. 

 

저자는 의사로서 어머니를 지지하고 돕기로했지만 재활의학과 의사였기에 호스피스 간호사에게 도움을 받아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준수하기로 했다.

1. 피부가 더 건조해질수 있으니 로션을 잘 발라주고 특히 다리에 신경쓰기

2.끼니마다 오일을 섭취하도록 해 위장을 윤활하게하고 변비 예방하기

3.중형 사이즈 면봉으로 입안을 깨끗이 하고 입술을 촉촉하게 하기

4.정기적으로 체위를 변경해주고 피부를 가볍게 두드려 욕창 예방하기

5.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미열이 날 수 있으니 수분을 보충하거나 해열제 복용하기

6.피부 마사지와 수동 관절운동으로 사지가 굳거나 쑤시지 않게 하기

7.말기에 기저귀를 차면 압박 배뇨해주기. 손가락으로 변을 긁어내거나 글리세린 관장하기

8.임종 때는 매우 예민해지므로 자극적인 환경을 조성하지 말고 부드럽게 하기

9.청각은 가장 늦게 소실되므로 가볍게 손을 잡고서 귓가에 나지막히 말하기. 고맙다고,사랑한다고 귓가에 나지막이 말하기.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작별인사하기

 

저자의 어머니는 소뇌실조증 외에는 건강하였으므로 저자는 위장약, 변비약, 수면유도제만 준비하였다.

주변인들에게 저자가 어머니가 단식존엄사를 결정했음을 알리자 주변인들도 많이들 그렇게 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어 저자는 놀란다. 오히려 의료인보다 일반사람들에게는 보편적인 지식이었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이책을 읽기전에 단식하며 주무시다 가는 노인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때에는 그게 옳은건지 안타까운건지 헷갈렸는데 그들은 선택을 하신거니 내 생각이 오만했다는 걸 느낀다.

 

 

1~10일: 어머니의 식사가 3끼에서 2끼로 줄었다. 그리고 점차 2끼에서 한끼 반으로, 한끼로, 반끼로 줄여나갔다. 큰 생선이나 고기는 안먹고 죽과 삶은 채소, 과일을 주식으로 먹었다. 매일 오일 한스푼씩, 물 세잔씩을 마셨다. 올리브유, 고다유, 호박씨유를 모두 마셔보고 어머니 입맛에 맞는 호박씨유를 골라 마셨다. 기름이 끈적끈적해서 목넘김이 좋아 사레들리지 않았다. 물에 연근 가루를 섞어 묽은 페이스트로 만든 것도 사레 예방에 좋았다.

먹는 양이 줄어 화장실 가는 횟수가 줄었다. 밤에 잠도 잘자서 어머니의 정신과 체력이 전보다 좋아진 느낌이었다. 

11일: 새벽 허기에 오일과 연근물을 드리니 바로 포만감을 느꼈다. 이날부터 고형식을 끊고 세끼 모두 오일 한스품과 연근 물 한컵만 마신다. 오후에 낮잠을 자다가 처음으로 일어나기 싫어했다. 저녁을 먹은 후 잠을 조금 자고 샤워했다. 

12일: 어제밤 화장실에 안갔다. 새벽에 사지가 쑤신다고 하여 마사지를 청했다. 

13일: 오일과 연근물이 영양이 너무 풍부한게 틀림없다며 연근물도 거부하기시작했다. 갈증이 나면 면봉으로 물을 조금 훔쳐마셨다. 세끼 전에 허기감이 들어 오일을 밥처럼 먹었다. 먹고나니 배가 안고프다고 하였다. 

14일: 배가 고파 뭔가 먹고 싶어 했으나 참았다. 오일을 마시니 훨 낫다고 했다. 힘들어한다. 꾸벅 조는 시간과 횟수가 많아졌다. 목소리가 잠기고 말끝이 길어졌다. 내일부터는 책을 읽지 않겠다고 했다. 힘든거 같다. 저녁에는 드라마를 봤다. 

15일: 더 배가 고픈지 힘이 없다. 가끔 속이 불편하다고 했으나 위장약은 먹지 않았다. 입냄새가 났다. 면봉으로 입안을 더자주 닦았다. 닦는 김에 입술을 촉촉이 적시고 물을 조금 드렸다. 낮잠을 늘렸다. 잠에서 깨면 관절을 움직이게 도와주고 손발을 마사지하고 등을 두드렸다. 

16일: 배가 고파 어제밤엔 잠이 안올정도였다. 점점 일찍 깼다. 푹 꺼진 눈가, 처진 눈꺼풀, 홀쭉한 볼, 닫히지 않는 입, 부정확한 발음, 가냘픈 목소리. 소본이 안나와 치골 위쪽을 압박해 짜냈다. 이틀동안 대변을 보지 못해 글리세린 관장으로 빼냈다. 낮에 세번 일어나 앉았으나 한시간가량 지나니 엉덩이가 아프다고 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보냈다. 가장 고통스러운 부위가 입과 엉덩이라고 했다. 사지가 쑤셔 몸이 힘없이 비틀거려 자세 바꾸기가 고통스러웠다. 저녁에 무리하게 버티며 드라마 두편을 보고는 더 안보겠다고 했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 어떤때는 눈을 감은채 앉아있었다. 

17일: 물로 입안을 닦는거 만으로 쉽게 사레들렸다. 기름과 물이 입으로 나와 약을 삼키기 힘들어했다. 

18일: 재택의료센터 의사가 방문하여 어머니의 굳은 의지를 확인했다. 이에 진정약물과 복용법만 알려주었다. 어머니의 숙면 시간이 길어졌다. 중간에 깨지 않았다. 몸 청결관리는 모두 침대에서 했다. 기저귀를 갈고 정기적으로 압박 배뇨를 하고 관장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19일~20일: 소변이 점점 줄고 호흡이 갈수록 미약해졌따. 어머니는 대개 깊이 잠들어있었다. 

21일: 새벽에 일어나 어머니의 맥박이 미약하고 부정맥이 있는 것을 알아챘다. 호흡도 짧고 얕아 얼른 가족에게 알렸다. 10분후 어머니를 보러 들어가니 어머니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호흡을 하지 않는거 같았다. 숨결이 느껴지지 않고, 맥박이 짚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저자의 어머니는 고형음식을 중단하고 엿새째 되는 날 눈에 띄게 앙상하고 쇠약해졌다. 대부분 누워지냈으며 그렇게 좋아하던 드라마도 오래 앉아 보지 못했다. 어떤 자세든 한시간 이상 있으면 사지가 쑤신다고 하였다. 이에 저자는 어머니가 편안히 숙면하고 있을 수 있도록 진정제를 놓는다. 

 

저자와 가족들은 어머니와 생전장례식을 연다. 어머니의 단식존엄사가 결정된 순간부터 가족들은 더 자주 모이고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서 놀라운건 삶의 끝에서도 자신의 어린시절 아버지의 핍박, 남편의 학대 등이 또렷하게 기억난다는 것이다. 사람의 상처는 죽기직전까지 남아있는다. 우리는 계속 미리미리 그 상처들을 풀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는 느꼈다.

 

저자의 어머니의 장례식은 생전의 의견에 따라 간소화하여 진행되었다. 그냥 슬퍼하고 싶으면 아무곳에서나 슬퍼하라며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셨는데 나또한 이렇게 깔끔하게 사라지는 방식이 좋다. 예전에는 수목장도 좋지 않나 싶었지만 수목장은 그냥 한그루의 나무에 내 뼈를 심고 그냥 크게 두는게 아니고 그 나무가 자랄때마다 뽑고 작은 나무를 새로 심는 방식이라고 해서 전혀 환경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아 별로인거 같다. 

 

저자의 블로그 글을 올리고 나서 여러 사람들에게 화재가 되고, 그 중 한 가족은 아예 저자에게 발관 존엄사를 요청하는 편지를 쓴다. 이미 10년간 대뇌위축 휘귀병으로 투병중이며 의사는 할수있는게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가족들 모두 간병 등으로 심신이 지친 그런 안타까운 사례였는데 스위스 안락사를 알아봐도, 대상자가 컵을 들고 약을 마실 능력조차 없어 규정에 부적합하다는 말을 들어 거절당한 상태였다. (지금은 기술을 이용해 신체 일부분을 스스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가능하나 의식은 또렷해야 한다고 한다.) 그 가족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10년간 간병했으나 아버지의 고통이 너무 커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생전에 사전의료결정서에 서명을 한것도 아니었으니 가족들의 의지로 단식존엄사를 감행하는 것에는 주저하고 있었다. 살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대만에서 완화의료를 통한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하지 말라고 주장했던 완화의료과 의사도 대상환자를 받아주지 않고 임종은 집에서 하라고 완곡히 거절했으며 대만에서 합법된 '완녕완화의료조례'에 근거하여 연명의료를 중단하자니 말기환자에만 해당되어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환자자주권리법은 만20세이상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한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여러사람의 노력끝에 저자와 의견이 비슷한 병원을 찾아 대상자는 편안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만 봐도 대상자의 의사가 정말로 반영되는 병원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더불어 환자의 의지가 강하다고 한들 저자의 어머니는 괴로움을 호소했고 가족들은 괴로워했다. 그냥 일반가정에서 스스로 행하기는 어려운 방법이다. 

 

마지막 후기에서 저자의 남편이 자신의 아버지의 12년간의 투병생활을 생각하며 쓴 글을 보니 더더욱 죽음에 대해서 그냥 터부시하고 입다물고 있는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아프고 나서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된 상황에서 오직 자식이 아버지를 단식존엄사로 보내는게 맞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잔인하다. 그리고 그가 결국 아버지가 자연사할때까지 그저 고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리고 그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바로 저자의 남편에게 자신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보니 평소의 대상자의 의사가 매우 중요하다.

 

책에서는 자세히 적지 않았지만 단식존엄사라고 한들 약으로 한번에 편안히 죽는게 아니다보니 괴롭다. 그러니까 정말로 대상자의 굳은 의지가 중요하다. 어차피 계속 논의중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락사가 법제화되어서 내가 고통스럽게 죽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현재 대다수의 사람들은 떠날때 가족이 아닌 간병사의 옆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게 아니면 그냥 병실에서 홀로 죽거나. 내가 본 죽음은 언제나 다 지저분했다. 나도 저렇게 죽을까하는 두려움이 생길 정도였다. '저런 죽음'에는 가족이 있고 없고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냥 그 개인이 고통받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 빨리 가능한한 깔끔하게 죽고 싶어 안락사가 도입되는걸 더 기다리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식존엄사를 실행한 가족의이야기를 보니 오히려 죽을날을 맞이하니 가족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많이 만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보통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가족들이 이미 심신이 지친상태라 그렇게 극적으로 모이고 감정을 소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드는 일화였다. 그리고 저자부터 가족들이 전부 의사이니 좀 더 편히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법제화가 될때까지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어느누구도 고소당할 위험을 무릎쓰고 도와주지는 않을테니까. 씁쓸한 이야기다.  

 

 

 

 

관련해서 같이 참고할 수 있는 도서 

1.마쓰바라 준코의 [장수 지옥]

장기간의 간병과 그에 따른 고통, 그러한 내용을 담았으며 추후 읽어볼 예정이다. 

 

2.나카무라 진이치의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저자는 의사로 은퇴 후 노인요양원에 들어갔는데, 임종을 앞둔 이들을 가족들이나 직원들이 병원으로 데려가는 걸 보고 만류한다. '곧 떠날 분이니 편안히 가도록 해야지 왜 병원에 가느냐, 응급처치로는 환자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임종기간만 늘린다. 수액을 놔봤자 포도당이라 몸이 붓기만 한다. 임종 직전의 환자는 안먹어서 죽는게 아니라 죽음을 목전에 두어 소화흡수를 못해서 안먹는것이다. 괜히 먹여봐야 복부팽창, 구토 같은 고통만 늘어난다'고 말하고 마침내 아무것도 안하고 요양하며 자연사를 요양원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자연사의 실질적 상태는 '아사'와 '탈수'다. 하지만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 이는 비참한 상태가 아니다. 임종 직전에 몸은 허기나 갈증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기아 상태일때 뇌에서 모르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낀다. 탈수가 오면 혈액 점도가 높아져 의식지수가 떨어져 몽롱한 상태가 된다. 강제 인공영양법은 환자를 살리려는 의료진의 사명감과 환자를 굶겨죽게 할 수 없다는 가족의 최책감에서 비롯된다.

 

나카무라는 단신 존엄사를 추천하며 혼자서 5곡 7일 끊기, 10곡 (현미,흑미, 좁쌀, 귀리, 메밀, 제비콩, 연자, 율무, 수수, 가시연밥) 7일끊기, 야생 식물과 과일 섭취 7일, 수분 7일 끊기 로 구체화한 방법을 제시했다. 점진적으로 음식과 수분섭취를 줄여 한달쯤이면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3.헬렌 니어린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저자의 남편 스콧의 단신존엄사를 담은 책이다. 

 

4.경요의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저자의 어머니와 비슷한 심정이 생생히 묘사되었다고 저자는 적었다.

 

5.하시다 스가코의 [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저자의 어머니와 비슷한 심정이 생생히 묘사되었다고 저자는 적었다.

 

6. 티머시 퀼의 [자발적 식음 중단: 죽음을 앞당기기 위한 자비롭고 광범위한 선택]

Voluntarily stopping Eating and Drinking : A compassionate, sidely available option for Hastening Death. Edited by Timothy E. Quill

 

저자의 어머니는 단식존엄사를 택했지만 미국 완화의료학회 전 이사장이자 국가존엄사센터 Death with Dignity National Center 의 이사를 맡고 있는 티모시 퀼은 자발적 식음중단 책을 펴냈다. 미국에서는 자발적 식음 중단과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는 합법이기에 의료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생명보험도 사망배상금이 나온다. 

책에서 밝힌 자발적 식음 중단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물도 최대한 마시지 않으면 식음 중단후 약 10~14일 후에 사망한다. 질병으로 인해 자연사하는 것보다 비교적 빠르다.

2)약 2주 동안 가족은 시간을 잘 안배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

3)돌보는 의사는 의사조력사망에 비해 심리적 압박감을 덜 느낀다.

4)대부분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식음중단 환자를 흔쾌히 돌봐주며 불편감을 덜어준다. 그 과정은 생애말기 돌봄과 매우 흡사하다. (소수의 교회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거절한다.

5)통계에 의하면, 식음중단을 선택하는 가장 흔한 사례는 80세이상, 중증환자, 일상생활을 타인에게 의지해야 하고, 생활의 질이 몹시 낮으며, 집에서 사망하길 원하고, 임종과정을 자신이 컨트롤하기 원하는 사람들이었다. 

 

식음중단의 한계

1)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는 10~14일 아주 지난한 시간이다. 진정치료의 보조가 필요하다

2)환자의 강한 동기와 충분한 의지가 필요하다. 치매의 경우 상대적으로 어려워 치매 말기로 갈수록 버티기 힘들다

3) 돌봅인은 인내심, 의지, 융통성이 있어야한다. 극도의 갈증과 말기의 섬망증상이 가장 감당하기 힘들다.

극도의 갈증은 규칙적으로 립밥 바르기, 양치, 가글, 물에 적신 면봉으로 구강과 입술을 촉촉하게 해주거나 구강 스프레이도 가능하다. 소량의 물은 임종과정을 연장하지 않는다.

섬망의 경우 의식이 혼미한 환자는 식음중단의 목적을 잊어버릴 수 있다. 초조,불안해하며 극도로 물이나 음식을 먹고 싶어할 수있다. 불안완화제, 진통제, 진정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