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

PeanutDog 2025. 6. 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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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유투브에서 비둘기 단편소설을 추천하는 영상을 보고 빌리게 되었다. 

비둘기가 집에 들어왔다는 것에서 흥미를 느낄 것도 없는 데 어쩐지 소개하는 영상으로는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냉큼 도서관으로 달려갔는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소설들이 잔뜩 서가에 꽂혀있어서 손안에 가득 들고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책자체는 굉장히 의식의 흐름으로 느껴지는 단편소설이고 길지않다. 

뭔가 일상이 항상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철학자마냥 작은 방한켠에서 살아왔던 주인공 조나단 노엘.

그는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친척 아저씨 집에서 농사꾼으로 살면서 결혼하고 정착하나 싶었지만 아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따나 떠난 이후로 도시로 떠나 파리의 어느 은행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그이후로의 삶을 놀랄 만큼 똑같았는데, 월급이 올라 방을 옮길 여유가 생긴 이후로도 그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작은 방한켠에서 평생을 살고자 아예 집주인과 상의하여 방값의 90퍼센트를 지불한 찰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항상 닫혀있어야할 창문을 통해 문밖 복도에 비둘기가 똥까지 싸지르고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방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읽으면서 어떠한 주제에 대하여 단편 소설 쓰기를 한 과제같은 단편 소설이라고 느꼈다. 나라면 이러한 배경에서 어떠한 소설을 만들 수 있을까 싶은 그런 것들이다. 

도대체 이 별거아닌 하루면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소설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걸까? 옛날이라면 그냥 대충 보고 넘겼을 거 같은데 요즘은 오히려 이러한 사소한 개개인의 일상이 가장 좋은 글쓰기의 소재이자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소하고 사소할 수록 개개인의 공감이 커져서 일까 우리는 인터넷에서 항상 너도 그랬지?라는 식의 짧은 글을 쓰고 공유하고 있다. 이 소설도 약간 그런 느낌이다. 

 

물론 주인공 조나단 노엘은 너무나도 동일한 일상에 이상한 강박을 가진 이지만 비둘기에 쫓겨 호텔에 머무르며 떠나겠다는 결심까지 하는 그의 일상은 그이후로 그의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마치 모든게 너의 뜻대로 될수는 없다는걸 직면하는 걸 평생 피해온 운명의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원래는 뜯어지지 않았던 옷이 뜯어지고, 수선하자고 하니 최소 3주는 걸리는데다가 평생 해오던 업무를 다른 데에 신경을 쓰다보니 놓치기도 하고 이래저래 조나단의 정신을 빼놓는 일련의 사소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냥 남이 보기엔 별거 아니지만 조나단의 일상에 없었던 그 사소한 사건들은 결국 호텔까지 도망간 조나단에게 어떠한 깨달음을 준것일까. 그는 집을 떠나겠다고 무작정 나왔던 각오, 그리고 이제 마음대로 안되니 내일 자살하겠다는 우스꽝스러운 결단을 뒤로 한채 호텔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너무 모든게 틀어지면 완전히 포기하는 것처럼 그는 방으로 돌아가는 길 어린아이처럼 비 웅덩이에 맨발을 담그며 놀고 싶다고 생각도 한다. 헐레벌떡 뛰쳐나왔던 것과 다르게 복도의 창문은 잘 잠겨있었고, 비둘기 똥도 비둘기도 더이상 없는 자신의 방으로 조나단은 다시 돌아갔다. 

 

너무 사소하지만 그래서 뜬금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오히려 더 흥미로운 단편소설이었다. 괜히 내가 가보지않은 길로 산책을 나간다면 조나단처럼 의외의 사건들에 휘말리게 될까? 마치 내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마냥 아주 작은 모험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굉장히 작은 소재로 나름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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